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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하게 한 '뒷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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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정부-국민 간극 차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안보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연석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은 만세를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 들며 반길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로 국익을 생각한다면 지소미아가 아니라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라며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구하기 같은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벌이는 일이라면서 비난했다. 정부·여당이 국면 돌파용으로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불리할 게 없는 일이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소미아 종료가 주는 현실적 이익은 '국민 자존감' 그 이상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남길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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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결국 2년 9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위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모습. 아래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



그 현실적 이익 속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고, 미일과 중러의 군사 경쟁에 불필요하게 휘말려들지 않게 된다는 점 외에, 한국 국민의 역량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국가뿐 아니라 국민의 힘이 이를 계기로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도 국민들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친다.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뿐 아니라 정부 간에 체결되는 조약이나 협정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일이 많다. 예컨대, 재정 문제에 관한 조약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다. 소파(SOFA) 협정으로도 불리는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같은 것도 우리의 안전에 지대한 파급력을 끼친다.

1999년 4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조약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소파협정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심판에서 헌재는 "외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것이고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내용과 입법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협정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 판례에서도 강조된 것처럼, 조약이나 협정에 대해서도 당연히 통제가 필요하다. 행정부의 독단과 입법부의 방조 속에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조약이 체결된다면 사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면 최종적으로 국민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리한 조약·협정에 대한 국민적 통제는 안보 위험을 높이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찾는 일이다. 그런 조약·협정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국민 이익을 침해하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한국인들은 일본과의 조약이나 협정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끼치는데도 마치 남의 일인양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을 많이 만들었다. 1905년에 대한제국 외교권을 강탈하는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고, 1907년에 군대 해산 등을 초래하는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불합리한 체결', 막지 못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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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사늑약.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대한제국 정부는 국민과 정부에 불리한 조약들이 체결되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백성들이 의병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백성들도 실패했다. 동학혁명 및 독립협회 진압을 계기로 서민층이 정부에 등을 돌린 일로 인해 의병 투쟁이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다.

유사한 일은 일본제국주의가 물러간 뒤에도 반복됐다. 1965년에 한국인들은 식민지배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국교가 체결되고 한국 경제가 일본 영향권 하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래서 한일 국교 체결과 청구권 협정 등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이때도 실패했다. 국민들이 나서서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린든 존슨 행정부와 사토 에이사쿠 내각의 지원 하에 박정희 정권이 강행하는 협정 체결을 끝내 막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권 때도 되풀이됐다.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일본이 10억 엔을 내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내기로 하는 합의였다.

이때도 우리는 이 부조리를 막는 데 실패했다. 국민적 공분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버락 오바마-아베 신조-박근혜의 한미일 삼각동맹에 눌려 위안부 합의 체결을 저지하지 못했다.

2016년 11월 23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때도 그랬다. 아베 신조가 이끄는 일본 정부와의 지소미야 체결을 염려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당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반대했는지는 우리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 있다. 정경수 숙명여대 교수의 논문 '국제합의의 국내적 정당성과 민주적 통제'는 그때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포함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42명의 '체결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이 발표되었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도 응답자 59%가 반대하고 31%만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조사는 또한 여당 지지층에서는 55%가 체결에 동의하지만 야당 지지층에서는 70%가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대한국제법학회가 2017년 발행한 <국제법학회 논총> 제62권 제1호

그때 우리 국민들은 지소미아를 막지 못했다. 제4차 촛불집회 4일 뒤에 체결됐지만, 이미 그전부터 추진돼온 데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기 전이라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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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규탄서대문행동에 속한 서대문구 주민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 경제보복을 가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고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NO아베' 현수막 거리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하지만 촛불혁명이 상황을 바꿔놨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어 지소미아까지 종료시켰다. 이는 형식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 같지만, 실상은 국민들이 밀어붙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소미아는 일본과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미일 삼각동맹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의욕을 갖고 있다 해도, 한미일 삼각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을 '믿는 구석'도 없이 벌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믿는 구석은 '국민'들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을 통해 보여준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없었다면, 통보 시한인 8월 24일 밤 12시까지도 문재인 정부 쪽에서 아베 내각 쪽으로 아무 연락도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됐다면, 지소미아는 자동 연장됐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 좋아할 일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황 대표가 정말로 비판해야 할 대상은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다. 이 모든 게 국민들이 벌이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원치 않을 뿐 아니라 나라에 해가 되는 한일간 조약이나 협정들이 속속 폐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안보가 위태해진다며 엄살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실상은 한국 국민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표시가 된다. 한국 국민들이 정부를 마음대로 움직일 힘이 없다면,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한 나라에서는 안보 위험이 발생하기 쉽다. 정부가 강한 나라에서도 그런 위험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데, 정부는 강하지만 국민이 약한 나라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간극이 넓기 때문에, 그 틈을 비집고 외부 세력이 끼어들어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강한 나라에서는 그럴 위험이 줄어든다. 아무리 작은 나라도 국민들이 똘똘 뭉치면 강대국이 넘보기 힘들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인류사의 경험 법칙이다.

지금 한국 국민들이 정부를 조종해, 국제조약이나 협정을 속속 폐기·종료시키는 것은 한국민들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도 동요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 국민 대부분이 똘똘 뭉쳐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는 한국의 안보 역시 튼튼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축배를 들 이유가 실상은 별로 없는 것이다. 지소미야 파기를 놓고 안보 위험을 운운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김종성 기자(jkim08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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