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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에 흉기난동' 범인 검거했지만…주민들 '경찰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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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미흡한 경찰 조치에 계속 '잔상' 남아" 공포
해당 아파트 일대 주민들 '근거 없는' 추측만 확산
경찰 "해당 사건 피해자가 아니라 신고자로 판단"
전문가 "피해자 범위 넓혀 '치안 서비스' 제공 필요"
강원영동CBS 유선희 기자

노컷뉴스

지난 8월 6일 '알몸에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사진=유선희 기자)


대낮에 10대 남성이 알몸으로 흉기까지 들고 아파트 단지를 활보하다 불잡힌 사건(CBS노컷뉴스 8월 6일)과 관련해 사후 경찰 조치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범인은 검거했지만,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작 신고자이자 피해자에게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 아무런 안내도 제공해 주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당시 사건을 목격한 주민은 그저 불안에 떨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6일 오후 3시 43분쯤. 강원 강릉시 저동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45)씨는 집으로 들어가던 중 자신의 현관문 앞에서 알몸으로 흉기를 든 남성을 발견했다.

김씨에 따르면 180cm는 넘어 보이는 큰 키에 앳돼 보이는 얼굴을 한 남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우뚝 서 있었다. 특히 김씨는 "남성이 한 손에는 과도를 쥐고 있어 더욱 공포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취재진과 만나 "소리를 지르면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뒷걸음질을 쳐 다시 차로 돌아갔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혹여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오지 말라'고 알렸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소동을 벌인 남성 A씨(19)는 김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 등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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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해당 아파트 일대에는 '원인 모를'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범인 검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신고자이자 피해자에 대한 안전 조치에는 소홀하면서 김씨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이 아파트에는 아이들도 많이 사는 등 소중한 생명이 살고 있는데 경찰은 사람이 다치지 않아 이 사안을 크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정작 당시 사건을 경험한 저는 '그날'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경찰은 관련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붙잡아서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단 몇 분, 말 한마디면 되는건데, 전화를 주겠다는 형사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라 너무 화가 난다"며 "이런 사건을 겪었을 때 누구보다 경찰이 피해자나 신고자, 목격자에게 안정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아파트 일대 주민들은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 이후에 특별히 관련 이야기도 없고 아파트가 너무 조용하다"며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윤병규 관리사무소장은 "범인에 대해 물어봤지만, 경찰은 아무런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하려면 관련 정보를 알아야 일부 단지를 집중 관리하는 등 대책을 세울 텐데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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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범인 검거를 위해 출동한 경찰차. (사진=독자 제공)


경찰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현재 이 아파트에는 온갖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특히 이번 달 초 이 아파트에서 '불법 민박 운영' 신고가 들어온 까닭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 관광객의 소행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만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홍금표(85) 할머니는 "불법 민박으로 온 사람이 알몸으로 다닌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불법 민박으로 주민들이 또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아파트 일대는 '불법 민박행위 하지도 사지도 맙시다!!!'라는 글귀가 입구에 붙어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신고를 한 당사자를 피해자로 판단하지 않아 관련 사안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현재 112에 신고를 한 이들에게 추후 진행상황에 대해 알릴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일일이 관련 사안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간접'으로 피해를 본 이들까지 범위를 넓게 해석해 피해자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다혜 부연구위원은 "신고를 한 당사자가 실제 공포를 느꼈고 향후 재발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면 '간접' 피해자로 볼 수 있다"며 "이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단순히 결과 통보가 아니라 '치안 서비스'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간접 피해자로 범위를 넓혀 지원을 하려면 지금보다 인력과 예산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국대학교 이윤호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 통지·고지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의무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피의자에 대한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면 공익 우선에 기반해 관련 사안을 전달해주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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