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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기전세는 '금수저' 임대?…서민 임대 궤도 이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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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전세 보증금이 5억~7억원대로 서울에서 소형 아파트를 살 만한 액수인 고가 아파트도 임대주택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고한 ‘제37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오는 2020년 1월 입주 예정 조건으로 서울의 110여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1076가구가 나온다.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의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도로·공원·임대주택 등 현물이나 현금 기부채납을 인허가 요건으로 내거는데, 상향된 용적률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가구 수를 최대 15%밖에 늘릴 수 없는 리모델링 사업장은 물론, 가구 수를 그대로 유지해 일반분양 수익이 없는 ‘1대 1’ 재건축을 해도 임대주택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젊은층과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풀겠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일률적으로 기부채납한 재건축 단지의 임대주택 중에는 ‘저소득층과 자산이 적은 청년층을 위한 장기전세’라는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물건도 많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모든 가구원이 분양권도 없는 무주택자여야 입주 자격을 얻는다. 부동산 외에 소득과 자산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의 공시가격 합계는 2억1550만원 이하, 보유한 자동차의 가격은 28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소득기준을 보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70% 이하면 1·2순위, 100%는 3순위 청약자격을 얻는다. 맞벌이인 경우와 장기전세 주택 물량이 남는 경우에는 월평균소득의 120% 가구까지 신청할 수 있다. 3인가구 월평균소득의 100%는 약 540만원이다. 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합산소득이 연 7780만원을 넘으면 장기전세 입주자격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장기전세의 보증금은 주변 시세보다 20~30% 낮은 수준이지만, 절대 금액 자체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초구와 강남구 등 땅값과 분양가, 주변 집값 자체가 높은 지역에서는 장기전세 보증금도 5억~7억원대에 달한다.

조선비즈

서울의 고급 신축 아파트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대림산업 제공



강남구 ‘래미안 그레이튼 1·2차’는 전용면적 59㎡형의 전세금이 5억원 초반이다.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의 전용면적 59㎡형은 전세금이 6억7000여만원, ‘반포자이’는 84㎡형 보증금이 7억1000만으로 정해졌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가 아파트로 잘 알려진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의 전세금도 6억원대 초반이다. 서울 비강남권이라면 소형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는 액수다.

장기전세 주택 입주자격을 갖춘 가구라면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기준에도 대부분 부합한다. 주택도시기금의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 상품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보증금의 최대 80%를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

다만 신혼부부 대상 전세금 대출은 수도권 기준 최대 2억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은 한도가 1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의 강남 지역 투자자문센터 전문가는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는 외벌이 부부가 강남권 고가 아파트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얻고 저금리 대출을 받으면서 생활비와 대출 원리금을 부모가 대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전세보증금이 6억~7억원이라고 해도 시세보다 1억~2억원은 낮은 값에 강남 전셋집을 구해 사는 것인데, 당초 공급 취지와 맞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장기전세임대주택에 거주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입주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을 시행하는 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모두 입주 당첨자의 연령이나 성별, 무주택 기간 등의 자료를 따로 집계하거나 보증금의 출처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득이나 보유 자산 등 신청 자격을 갖췄는지는 확인하지만,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하는 문제 때문에 당첨자 정보를 따로 통계로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H 관계자는 "입주자가 장기전세 청약자격을 충족해 당첨됐다면 (전세보증금) 자금 출처는 따로 검증하지 않는다"며 "관련법상 권한도 없을 뿐 아니라, 증여 등과 관련된 사안은 관련 당국(국세청)이 조사할 사안이기 때문에 공사가 나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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