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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등급제 20년, 농가 소득 늘고 소비자 부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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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축산물 수입 자유화에 대응해 국산 품질을 높이고자 1998년부터 한우에 대해 본격 시행된 소고기 등급제가 축산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한우 고급화에 매진한 데 따른 효과다. 하지만 한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고 한우의 소고기 시장 내 입지도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로 본격 시행 20년을 맞은 소고기 등급제가 사육기술 개선 등을 유도해 한우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13일 평가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축산물시장의 단계적 자유화가 확정된 1993년 1ㆍ2ㆍ3등급으로 시작해 1998년 본격 시행된 소고기 등급제는 한우의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을 기준으로 ‘1++’ ‘1+’ 등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축평원에 따르면 소고기 등급제가 실시되면서 가격 차별화가 이뤄졌고, 이는 한우 고급화로 이어졌다. 축산농가들이 앞다투어 덩치가 더 크고 값비싼 부위가 많은 한우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한우의 가죽, 내장, 머리 등을 제외한 무게인 ‘도체중량’ 평균은 1998년 288㎏에서 지난해 403㎏으로 40% 증가했다. 최고급 부위인 등심이 차지하는 단면적 역시 20년 사이 70㎠에서 89㎠로 늘어났다. 시장에 나온 전체 한우 중 1등급 이상 판정을 받는 비율도 15.4%에서 72.9%로 4배 이상 뛰었다.

한우 품질 향상은 축산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한우 거세우 1마리당 조수입(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은 1998년 249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23만원이었다. 경비를 제외한 소득도 마리당 32만1,000원에서 122만2,000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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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등급제 실시 이후 품질개선 효과. 그래픽=박구원 기자


문제는 이 같은 고급화 과정에서 한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점이다. 이날 축평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년 간 한우 도매시장 평균 경매 입찰가격은 1998년 ㎏당 7,049원에서 지난해 1만7,772원으로 152% 올랐다. 축평원 관계자는 “20년 간 물가상승률 약 68%를 제외해도 84% 정도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소고기 등급제도가 한우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 됐다는 뜻이다.

한우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2016년 국립축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향후 한우 소비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전체 소비자 747명 중 71.4%가 ‘가격’이라고 답했다. 실제 수입 소고기 소비량은 2013년 25만9,000톤에서 지난해 41만6,000톤으로 60% 이상 늘었지만, 한우 소비량은 같은 기간 26만톤에서 23만7,000톤으로 9% 가까이 줄었다. 소비자들이 한우보다 가격이 싼 수입 소고기를 많이 찾았다는 얘기다. 한우가 전체 소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자급률’도 2013년 50.1%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36.4%까지 떨어졌다.

축평원은 올해 말 한우 등급 기준이 완화되면 가격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1일부터 ‘1++’ 등급 기준이 근내지방도 함량 17% 이상에서 15.6% 이상으로, ‘1+’ 등급 기준이 13% 이상~17% 미만에서 12.3% 이상~15.6% 미만으로 바뀐다. 축평원 관계자는 “기준이 완화되면 상위등급 한우를 키우는데 드는 기간이 약 2.2개월 줄어든다”며 “축산농가에서 경영비를 절감하는 만큼 소비자 가격도 약 ㎏당 200~510원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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