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류 대변인 발언은 특정 사례를 아전인수 격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때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중국발 미세 먼지가 국내 미세 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농도 발생 전 중국 먼저 올라
본지가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직전에는 서해를 통해 한반도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 산둥성의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서울의 초미세 먼지 일평균 농도가 1㎥당 129㎍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4일의 경우, 산둥성 성도(省都)인 지난(济南)시의 AQI는 328을 기록했다. 중국 기상 당국이 정한 공기 질 지수인 AQI가 300을 넘어서면 초미세 먼지 농도가 일평균 250~350㎍/㎥ 사이였음을 의미한다. 지난시의 AQI는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나빠지기 하루 전인 10일부터 114로 올랐고 이어 11일 137→12일 206→13일 296으로 계속 오르다 14일 정점에 달했다. 베이징의 AQI 지수도 11일부터 135로 올라 12일 267, 13일 169 등으로 '위험'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이후 서울시 고농도 사례(15건)에서 한 건의 예외 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고농도 49%가 중국발
중국의 공기 질이 나빠진 후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가 오르기 직전엔, 공장이 없고 차량 적은 '청정 섬'인 백령도의 미세 먼지 농도가 먼저 올라간다.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22㎍/㎥에 불과한 백령도는 지난 11·12일 57㎍/㎥에서 13일 97㎍/㎥, 14일 120㎍/㎥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지난주처럼 전국의 미세 먼지 농도가 치솟는 초고농도 사례의 경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 먼지의 양이 100이라면 이 중 20 정도가 서해에 떨어지고, 80가량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모습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들어온 중국발 미세 먼지에 국내 배출량이 얼마나 더해지느냐에 따라 서울 등 도시 지역은 110~120을 오가고, 배출원이 적은 지방에서는 100 정도 미세 먼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마다 국외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환경부는 "최소 20%에서 최대 85%의 국외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발생 일수로 각 일자별 국외 영향 비율을 통계 내면 지난해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 때 49%가 국외에서 넘어온 미세 먼지였다.
그런데도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21일 월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공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 이것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 이후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4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미세 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김효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