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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67→백령도 97→서울 129… '미세먼지 도미노'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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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미세먼지 덮친 날 4년간 전수조사해보니
중국 생태환경부 류여우빈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서울 미세 먼지의 주성분은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그 예로 지난해 11월 3~6일 발생한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를 들었다. 당시 서울에서는 일평균 초미세 먼지(PM 2.5) 농도가 1㎥당 71㎍에 달했지만, 그 시기 대규모·고강도의 대기 이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지난 11월 2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대기질지수(AQI)는 109로 '나쁨' 수준이었다.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은 "국외 미세 먼지의 영향이 3일 17.7%에서 4일 21%, 5일 23.6% 등으로 차츰 올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류 대변인 발언은 특정 사례를 아전인수 격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때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중국발 미세 먼지가 국내 미세 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농도 발생 전 중국 먼저 올라

정부가 초미세 먼지 농도 측정을 시작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 영향을 받지 않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기 직전엔 예외 없이 서해에 인접한 중국 도시의 공기 질이 나빠졌다.

조선일보

본지가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직전에는 서해를 통해 한반도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 산둥성의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서울의 초미세 먼지 일평균 농도가 1㎥당 129㎍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4일의 경우, 산둥성 성도(省都)인 지난(济南)시의 AQI는 328을 기록했다. 중국 기상 당국이 정한 공기 질 지수인 AQI가 300을 넘어서면 초미세 먼지 농도가 일평균 250~350㎍/㎥ 사이였음을 의미한다. 지난시의 AQI는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나빠지기 하루 전인 10일부터 114로 올랐고 이어 11일 137→12일 206→13일 296으로 계속 오르다 14일 정점에 달했다. 베이징의 AQI 지수도 11일부터 135로 올라 12일 267, 13일 169 등으로 '위험'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이후 서울시 고농도 사례(15건)에서 한 건의 예외 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고농도 49%가 중국발

중국의 공기 질이 나빠진 후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가 오르기 직전엔, 공장이 없고 차량 적은 '청정 섬'인 백령도의 미세 먼지 농도가 먼저 올라간다.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22㎍/㎥에 불과한 백령도는 지난 11·12일 57㎍/㎥에서 13일 97㎍/㎥, 14일 120㎍/㎥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지난주처럼 전국의 미세 먼지 농도가 치솟는 초고농도 사례의 경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 먼지의 양이 100이라면 이 중 20 정도가 서해에 떨어지고, 80가량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모습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들어온 중국발 미세 먼지에 국내 배출량이 얼마나 더해지느냐에 따라 서울 등 도시 지역은 110~120을 오가고, 배출원이 적은 지방에서는 100 정도 미세 먼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마다 국외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환경부는 "최소 20%에서 최대 85%의 국외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발생 일수로 각 일자별 국외 영향 비율을 통계 내면 지난해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 때 49%가 국외에서 넘어온 미세 먼지였다.

그런데도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21일 월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공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 이것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 이후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4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미세 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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